안녕하세요! 오늘은 흥미로운 소식을 하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목숨 걸고 증언할 소설만 낸다’고 말하는 강렬한 철학을 가진 김주혜 작가님의 이야기입니다.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권위의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단에 이름을 알린 김주혜 작가님이 신작 <밤새들의 도시>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하셨는데요, 기자간담회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정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김주혜 작가님은 자신의 소설이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넘어, ‘목숨을 걸고 증언할 수 있는 진실’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첫 작품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는 격동의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인간의 사랑과 생존 본능을 그려냈다면, 이번 신작 <밤새들의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한 무용수의 치열한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발레계의 야망과 경쟁, 그리고 예술과 정치가 충돌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고 해요. 특히 주인공 나탈리아가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만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게 되는 이야기는 작가님의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작가님은 자신을 단 한 번도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인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는데요. 김지하, 박노해 시인처럼 예술과 사회 운동을 병행했던 한국 문학인들의 모습이 본보기가 되었다고 밝히며, 문학이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고 말씀하신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실천적 경향이 강한 러시아 문학과 한국 문학 모두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시니, 그 뿌리가 참 튼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은 영어로 쓰여졌지만, 한국어판은 역자와 함께 작가님이 직접 감수하며 한국어 특유의 ‘맛’을 살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어의 풍부한 의성어와 의태어의 발달 덕분에 촉감을 살리기가 쉬웠다는 부분에서 한국어에 대한 작가님의 섬세한 시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밤새들의 도시>를 관통하는 단어로 ‘훨훨’을 꼽으셨는데, 춤, 새의 비상, 불꽃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이 단어 하나에도 작가님의 예술적 깊이가 담겨있는 듯했습니다.
김주혜 작가님은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대학에서는 미술사학을 전공하셨으며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다고 합니다. 이러한 배경은 작가님의 문학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데요. 전작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신작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작가님의 문학이 마치 음악을 글로 옮겨낸 것과 같다는 말씀이 절로 이해가 됩니다. 모차르트가 말하고자 했던 사랑의 고결함과 타락함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고백에서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집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시기에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출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검열은 어느 쪽에서 하든 민주적이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술은 사치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아름다움을 혼자 누리는 것을 넘어 타인과 공유하고, 나아가 다른 모든 생물이나 타인에게 마음을 열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작가님의 메시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전쟁과 양극화가 만연한 지금, 김주혜 작가님의 소설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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