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뭔가 마음 간질간질한 이야기 하나 풀어볼까 해요. 혹시 ‘사랑도 전염될 수 있다면?’ 이런 상상 해보신 적 있으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바이러스>가 바로 이런 톡톡 튀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로맨틱 코미디랍니다!
비 내리는 오후, 주인공 택선(배두나 님!)은 동생 성화에 못 이겨 수필(손석구 님!)과의 소개팅 자리에 나가요. 근데 이 남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이 다 녹도록 나타나지도 않고, 겨우 나타나서는 땀만 뻘뻘 흘리니 첫인상부터 영 별로죠. 수필 역시 택선이 마음에 안 드는 눈치고요. 아, 이 만남은 망했구나, 깔끔하게 안녕! 하는가 싶었는데… 그날 저녁, 수필이 느닷없이 꽃다발을 들고 택선의 집으로 쳐들어온대요! 황당하죠? 다음날엔 택선마저 이상행동을 보여요. 자동차 딜러인 동창 연우(장기하 님!)의 그냥 영업 메시지에 갑자기 설레서 바닷가 드라이브를 신청한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알고 보니 이 모든 기행이 ‘톡소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었다는 사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게 엄청난 호감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라고 해요. 이 살벌한(?) 사랑의 바이러스에서 벗어나려면 이균 박사(김윤석 님!)를 찾아야만 한다네요. 결국 택선과 이균 박사는 치료제를 찾아 함께 떠나면서 온갖 소동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예요.
영화 <바이러스>는 이지민 작가님의 소설 <청춘극한기>를 원작으로, <사과>(2005), <범죄소년>(2012) 같이 주로 관계의 깊이를 차분하게 파고들었던 강이관 감독님이 각색하고 연출하셨어요. 감독님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바이러스>는 정말 기분 좋은 의외성을 선물하는 작품일 것 같아요. ‘사랑의 묘약’이라는 익숙한 모티프를 ‘전염성 질환’으로 비틀어서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상상력을 영화 곳곳에 심어두었다고 하니 기대가 커요. 예를 들면,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로당 어르신들이 지칠 줄 모르고 춤을 춘다거나, 바이러스가 박멸되면 그 설레고 들떴던 기억마저 희미해질 수 있다는 설정 등이 그렇다네요.
배우님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배두나 배우님은 연애에는 담쌓고 지내던 여자가 하룻밤 만에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변화를 발그레한 두 뺨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만으로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하고요, 진지한 남자(아마도 이균 박사?)가 천진한 여자에게 스며드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 같은 모습은 김윤석 배우님의 목소리가 더해져 깊은 서사를 만들어낸다고 해요. 극 초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손석구, 장기하 배우님의 존재감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물론 아쉬운 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과 감정이 착착 붙지 못하고 다소 힘없이 결말에 이르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대요. 인물들 사이의 교감을 이끌었던 중요한 매개(아마도 바이러스겠죠?)를 그들 스스로 끊어내야 하는 갈등을 좀 더 깊이 다루기보다는, ‘사랑은 곧 바이러스’라는 비유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선택과 집중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바이러스>가 보여주는 태도마저도 동화적인 장치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사랑할 여유조차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예기치 않은 ‘사고’ 같은 사랑이라도 겪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미소를 안겨줄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아,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마젠타 빛깔의 보호복! 이게 또 그냥 보호복이 아니라네요. 조상경 의상감독님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는데, 바이러스의 출현을 무서운 재난이 아니라 ‘자, 이제 사랑에 빠져봐!’ 하는 유쾌한 제안처럼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너무 현실적인 색은 공포를 주고, 또 너무 판타지 같은 색은 몰입을 방해할까 봐 고심 끝에 고른 색이 바로 이 짙은 분홍색! 이게 또 택선의 발그레한 뺨이나 입술 색과도 묘하게 어울린다고 하니, 이런 디테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어요.
독특한 설정의 로맨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를 찾으신다면 <바이러스> 한번 주목해보세요! 저도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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