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최근 극장가와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승부’예요. 200만 관객을 넘긴 흥행작이 극장 상영 중에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건 꽤 이례적인 일이라 영화계 안팎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과연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 화제인지, 함께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영화 ‘승부’는 한국 바둑 역사를 통틀어 빼놓을 수 없는 두 거목,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실제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에요. 바둑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이 두 분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법한데요, 그만큼 한국 바둑계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인물들이죠. ‘바둑 황제’로 불리며 1980년대 무적함대의 위용을 떨쳤던 조훈현 9단 역은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이병헌 씨가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이고요, 그의 제자로 들어가 훗날 스승을 뛰어넘는 거대한 산맥으로 성장하는 이창호 9단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영화는 조훈현 9단이 세계 대회인 응씨배를 제패하고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시작해요. 1980년대 조훈현 9단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었어요. 9관왕, 10관왕, 11관왕을 연달아 달성하며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였죠. 이런 절대강자 앞에 나타난 이가 바로 어린 바둑 신동 이창호였어요. 조훈현 9단은 그의 잠재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의 내제자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훗날 바둑계를 뒤흔들 운명적인 만남의 시작이었죠.
스승 조훈현은 불꽃처럼 격렬하고 빠르게 수를 읽으며 상대를 몰아치는 공격적인 기풍의 소유자였어요. 반면 제자 이창호는 ‘돌부처’라는 별명처럼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수비적이면서도 견고한 바둑을 두었죠. 이처럼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기에, 함께하는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충돌과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해요. 하지만 이창호는 스승의 엄격한 가르침 속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결국 스승이 보유한 타이틀에 도전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1990년, 제29기 최고위전에서 벌어진 사제 간의 대결은 바둑계 전체를 뒤흔든 세기의 사건이었고, 이 대국에서 조훈현 9단은 열여섯 살의 제자 이창호에게 패배하며 타이틀을 넘겨주게 됩니다.
‘승부’는 단순히 재능 있는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통쾌한 서사만을 그리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 이면의 깊은 감정선에 주목합니다. 한평생 최고수였던 스승이 제자에게 연이어 패하며 겪게 되는 극심한 슬럼프와 인간적인 고뇌,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려는 그의 불굴의 의지. 그리고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지만,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제 간의 복잡 미묘한 애정과 존중을 섬세하게 그려내죠. “바둑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조훈현 9단의 말처럼, 영화는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투쟁을 보여줍니다.
어떤 평론에서는 조훈현 9단이 이창호라는 제자를 통해 자신의 위대함을 더욱 빛내줄 ‘거울’로 삼으려 했을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거울이 스스로 빛을 내며 스승의 아성을 위협할 때, 스승이 느꼈을 상실감과 동시에 제자의 성장에 대한 대견함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은 바둑을 넘어선 인간적인 공감을 자아냅니다.
바둑이라는 소재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승부’는 바둑 규칙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두 천재 기사의 숨 막히는 대결 뒤에 숨겨진 뜨거운 드라마, 시대의 공기를 담아낸 섬세한 연출, 그리고 이병헌 배우를 비롯한 출연진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니까요. 지금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상영 중이니, 이 거대한 승부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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